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장문)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젼 비판: 1. 타켓 시청자에 대한 고찰
긴긴 여행에 들어가기 앞서 한가지를 말해야할 거 같다.
이건 그저 그서인이 슈퍼밴드나 밴드의 시대를 넘어선 무언가를 기대했던 나의 몽니일 뿐이다.
락계의 쇼미조차 되지 못한 안타까움이 담긴 한숨일 뿐이다.
그러니 혹시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그냥 어떤 인디 찐따 홍대병 환자의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줬음 한다.
첫번째 비판: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락의 소비계층의 분류:
락의 소비계층은 비틀즈가 전세계를 휩쓸었을 때부터 크게 세가지로 나뉘었다. 나는 이를 아주 간단하게 대중과 팬과 리스너로 나누겠다. (솔직히 빠순이 빠돌이만한 단어가 없는 거 같은데 너무 모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거 같아 지양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여기서 일단 대중은 배제할 것이다... 락에서 대중의 개념은 소외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락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아이돌그룹, 또는 인디화 된지 오래이다. 그렇다면 가장 큰 두 집단: 팬과 리스너에 대해서 알아보자.
팬의 특성:
물론 여기서 내가 정의한 팬은 일반적인 팬의 정의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겠다. 나는 팬이라는 집단을 사운드와 음악보다는 인물에 좀 더 집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락커들과 섹스를 하지 못해 안달난 그루피들부터 현대의 아이돌 팬들까지, 이 '팬'에 속할 것이다. 팬들은 어느 한 인물, 혹은 그룹에 대해서 깊게 이해하고자 한다. 그것이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도 말이다.(아이돌 멤버들의 생일을 외우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커뮤니티를 이루어 이러한 것들을 같이 공유하고자 하는 특성이 강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어떤 인물이나 그룹에 대한 스터디모임이다.
이 팬이라는 집단은 극단적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밴드는 팬없이 살아 남을 수 없다. 앨범과 공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밴드에게 고정적인 소비를 해주는 팬은 밴드가 음악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인 존재이다. 팬은 굿즈와 콘서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될 수 있는 한 구매를 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밴드와 팬은 수어지교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팬은 후술할 리스너들과 공생 관계-리스너들에게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를 이루어 선순환을 이룰 수도 있다. 이는 리스너 부분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팬의 단점은 명확하다. 팬은 그들이 따르는 인물/그룹에게 광적이게 될 수 있다. 그리고 팬들은 쉽게 광적이게 된다. 그들이 무엇을 하던 그것을 예술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들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으며 그들을 두둔한다. 결국 이러한 팬들은 시야가 좁아져 그 인물/그룹 외에는 필드의 다른 사람들은 등한시 하게 된다. 특히 이런 서바이벌 장르에서 광적인 팬들은 항상 문제가 되었다. 두개의 문제 사례를 제시하겠다.
헬바야. 극악의 무대를 보여주었으나 일부 기존 그룹의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정상적인 팀을 밀어내고 라운드에서 이기게 된 사건.
두번째는 그서인의 악기 세션들의 무반주 연주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보이는 건 5개 남짓만이지만 사실 저 댓글창은 모 밴드의 베이시스트에 대한 찬양으로만 가득하다. 그들이 과연 다른 밴드의 음악을 듣고 어떠한 감흥을 느꼈을까?
리스너의 특징:
리스너는 팬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들은 장르안에서 다른 음악을 듣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인물에 집중하기 때문에 인물 자체는 중요시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악기와 장비, 그리고 그들의 음악과 사운드이다. 이들은 넓고 얕은 인물/밴드들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넓다', '얕다'라는 것은 팬에 비교해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팬들보다도 더 훨씬 높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얕음을 팬들의 다양한 분석을 통한 정보로 깊게 만들어 갈 수 있다. 아마 여기 있는 많은 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들의 장 단점은 무엇일까.
먼저 이들은 대중과는 너무나도 괴리감이 있는 곳을 추구할 확률이 높다. 팬들은 대중들에서 분화돼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리스너들은 스스로를 일단 대중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다. 리스너만을 위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결국 대중에서 벗어나 경제적 활동과 괴리된 음악 활동을 하게된다. 누군가는 여기서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얻어 새로운 지평선을 얻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실험적인 리스너들을 위한 밴드들은 쉽게 사라진다. 경제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중과의 괴리는 결국 비판을 받기 마련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리스너들을 위한 시장이 있다. 바로 문학계와 현대 미술계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작년의 신춘문예와 1970년대 신춘문예를 읽고 비교해보자. 저 시장이 얼마나 대중에서 멀어졌는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계는 여러분도 이미 잘 알 것이라 믿는다. 이 두 시장은 요즘 들어서 다양한 비판을 받고 있다. 수많은 비판들이 있겠지만 요약하자면 이들이 대중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1도와 5도로 휘갈귀는 락이라는 장르는 그렇게 멀리까지는 못갈 것이다. 하지만 리스너들을 위한 음악만을 한채 대중들을 설득할 욕구조차 잃어버린 분위기가 팽배한다면 락이라는 장르도 언제 저들과 같은 비판을 들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 대중음악은 항상 이들 리스너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새로운 사운드를 먼저 접하고 또 접하길 갈망하면서 새로운 음악들을 발굴해낸다. 또한 팬들에게서 벗어나 음악씬에서 자유로운 비판을 가함으로서 자정작용을 일으키도 한다.
요약하자면 팬은 음악활동의 경제활동을 위해서 필수적이고, 리스너는 음악활동의 다양화, 심도화를 위해 필요하다.
그서인은 리스너를 배제했다.
이제 본론이다. 그서인은 리스너를 배제했다. 이들은 브리티쉬 인베이젼을 이을 코리아 인베이젼을 위한다고 했지만 결국 나온 것은 락이 아닌 팝 인베이젼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하나하나씩 알아가보도록 하자.
첫번째: 알 수 없는 리더들.
윤성현 김재환, 페퍼톤스와 적재, 노민우와 엔플라잉, 고영배와 권은비
여기서부터 이 프로그램의 성격이 매우 잘 들어나 있다. 밴드음악을 위한 경연을 하는 사람들의 면모가 심상치 않다.
소란(고영배)와 페퍼톤스, 적재, 셋 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인들이다. 다채로운 음악을 하며 밝은 메세지들을 던져주는 팀들이다. 그러나, 이 세 팀이 한국 밴드씬을 대표하나? 라고 묻는 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이 세 팀은 특징은 리스너보다는 팬들을 압도적으로 갖는 음악인들이다. 그리고 밴드씬의 오버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음악인들이다. '10cm'형 음악인들이라고 하겠다. 미국에 한국 음악을 가득 실고 투척하러 가야하는 사람들이 벌써부터 한국에서의 대중성을 무기로 앞세워서 가려고 한다. 나는 잘 이해가 안된다.
결국 윤성현을 제외하면 전부 대중성이 무기인 사람들이다. 당연히 대중성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대중성은 가장 필수요소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이 프로그램이 '우린 그냥 대중성 하나로 밀어 붙일거야.'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 권은비와 엔플라잉이 화룡정점을 찍는다.
너흰 도대체 왜 나왔니
엠넷은 권은비에겐 경쟁 프로그램에서의 경험을, 엔플라잉에겐 세계에서의 인기를 이유로 뽑았다고 했다. 그래서 도대체 아이돌 프로그램에서의 경쟁과 케이팝의 세계적 흥행이 밴드 음악의 세계에서의 진출에 어떤 관련이 있으며 권은비의 아이돌 경쟁 경험이 밴드 경선에서 뭐가 중요한 건가? 그저 저 아이돌들의 인기에 탑승하려는 것 아닌가? 더 말하고 싶지만... 팬들의 공격이 두려워 여기까지만 하겠다. 유일하게 김재환만이 그나마 좀 더 부합해 보인다.
다른 밴드음악 경쟁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과의 차이
-슈퍼밴드의 경우
윤종신, 김종완, 윤상, 조한, 이수현
사실 이게 적당한 것이다. 대중 음악계에 거장들과 음악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불러오고 거기에 이수현이라는 젊은 카드를 넣는,
2편은 더 밴드에 집중해서 유희열(표절은 알지만 이 사람의 한국 밴드씬에 대한 이해는 엄청나게 깊다.)과 이상순(효리 남편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밴드 경험을 가졌다)
그리고 대중성과 젊은 피 카드로 씨엘까지.
그서인의 팀리더와 슈퍼밴드의 프로듀서는 비슷한 직책을 가졌지만 어째서 둘은 이렇게 다른 자들을 데리고 왔는지 의문이다.
두번째: 종잡을 수 없는 진행
1라운드는 팀리더의 선택으로 생존과 탈락이 결정된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것이 추가된다. 밴드 참가자들끼리 점수를 메겨서 최고점과 최저점을 공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민참여재판 마냥 아무 결과와 상관이 없다. 감상을 원한거란 기엔 다른 방송처럼 심사위원들이 자기들의 소감을 말하고 참가자들은 리액션을 따는게 훨씬 더 깔끔해 보인다. 그저 어떤 팀이 낮은 점수를 줬는지 확인을 해주는 용도일 뿐이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겠지만 다음 편에서 말할 엉망인 편집 실력과 환상적인 콜라보를 이루어 1라운드가 진행되는 회차들 동안 난잡하게 만든 주범이었다.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엠넷의 고질적인 갈등 스토리메이킹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엠넷은 과거부터 스토리메이킹에 집착했다. 그리고 그 결과 쓸데 없는 스토리메이킹으로 오히려 방송의 흐름을 망치고 악의적 편집으로 사람들을 비난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소수의 인물들을 나머지 인물들을 제물로 삼아 스토리를 완성시키고자 한다. 조금 억지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음악보다 인물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다시말해 내가 정의한 '팬'에 가까운 사람들을 양산하기 위한 행동들로 보인다. (잘 완성시키면 모를까 매번 엉망으로 만드는게 백미라고 볼 수 있다.) 1라운드의 난잡한 진행도 문제이지만 이것은 오늘의 주제: 팬과 대중만을 위한 밴드 경선대회라는 비판과는 맞지 않으므로 다음에 다루겠다.
세번째: 무슨 팀들이 나온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밴드 소개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망해버린 이상 난 온스테이지와 스페이스 공감이라고 말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적어도 어느 정도의 예술성을 따지는 프로그램이다. 스페이스 공감이야 어느정도 활동을 해야 출연할 수 있다고 치고, 한국 밴드 음악을 어느정도만이라도 하면 출연할 수 있는 온스테이지엔(더군다나 2.0에서는 더더욱 많은 밴드들이 소개되고 있다.) 얼마나 많은 밴드들이 출연했을까?
놀랍게도 설, 맥거핀, 차세대 외에는 없었다. 헤이맨은 스페이스 공감에, 나상현씨 밴드는 유스케 출연한 적이 있다.
18팀의 밴드 중에서 오직 5개의 밴드만이 가장 기본적인 밴드들의 소개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나머지 밴드들은 어째서 나오지 못하였나?
첫번째로, 밴드가 만들어진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의 시대의 여파인지 그서인의 무대가 첫 대외 무대인 경우도 있었다. 두번째로 음악이 너무 대중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수의 보이밴드와 보이밴드를 표방한 밴드들이 나왔다. 이 밴드들이 온스테이지나 공감 같이 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는 못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솔직히 말하면 잘만 나온다.) 사실 온스테이지나 공감, 유스케가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메이저 프로그램들 말고도 다양한 소개 프로그램에 조차도 못나온 밴드들이 수두룩하다. 아직 뜨지 못한 밴드들을 발굴해낸 것이 아닌가라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반대도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다양한 사운드를 포함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영상을 보면서 나는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분명 라이브 스트리밍 오디션에선 다양한 장르와 사운드를 가진 밴드들을 볼 수 있었다. 허나 어째서 올라온 밴드들은 이렇게 획일적인 장르와 사운드들을 내는 밴드가 많다는 것인가? 답은 라이브 스트리밍 오디션의 합격은 '좋아요' 숫자에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투표에 의한 결과, 이는 엄청난 악수이다. 적어도 팀리더들이 어느 정도 의견과 점수를 내고 거기에 좋아요 점수를 부합한게 아니라 좋아요 숫자 하나에 의한. 당연히 아무런 설명 없이 땅에 던져진 많은 인디 밴드들은 대중성이 강한 사운드의 밴드들에게 밀릴 수 밖에 없다. 덕분에 나는 2화에서 비슷한 음악들에 질리고 질려 느끼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건 다음편에서 쓸 것이지만 엠넷의 음악에 몰입이 안되는 편집에도 문제가 있다.) 차세대는 옛날 사운드를 낸다는... 개소리를 듣고 보이밴드 음악은 세련됨이라고 칭해지는 이 한국에서 밖에서는 성립이 될리가 없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있으니 내 음악관에도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보컬 하나 말고는 듣지말라는 소문난 잔치
솔직히 이건 편집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참가한 밴드들 중 많은 밴드들은 신생이었다. 나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음악들이 너무 많았다. 물론 엠넷이 병신 같이 편집한 문제도 있겠지만, 세션들은 리듬만 치며 기타는 반복적인 리듬만 치다가 가끔 솔로로 튀어나오는, 그리고 대부분의 자리가 보컬을 위한, 그런 음악이 너무 많았다. 덕분에 그렇지 않은 밴드들을 볼때의 시원함이 두배는 늘었지만, 보다가 질려버렸다. 아무래도 많은 밴드들이 첫무대였을 것이고, 그들의 자작곡에 보컬외 다른 세션들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뭍어나긴 어려웠던 것 같다. 그 많은 자리를 차지한 보컬들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보컬의 톤은 발라드 가수들처럼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이들이 매우 많았다. 거기에 흔해빠진 사운드들이 합쳐지니 정말 환상적이었다.
마무리 지으며.
어찌보면 나는 밴드씬이 변한 세상에서 아직도 갤럭시 익스프레스, 3호선 버터플라이, 쏜애플, 브로큰 발렌타인이 활약을 펼치던 그 시대를 꿈꾸고 있는 틀딱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브리티쉬 인베이젼을 모티브로 한 프로그램에서 대중성 10스푼에, 대중성 10스푼에 그리고 대중성 10스푼을 넣은 프로그램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슈퍼밴드 보다는, 소름이 많이 끼치는 방송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프로그램이 대중성만이 아닌 새로운 사운드들과 음악, 그리고 장르에 확장성을 갖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
다음 편은 편집의 문제를 다룰 것 같다.